2CH 레전드 폐병원 (상)
내가 아직 대학을 다닐때였으니까 한 2,3년쯤 전의 일이야
시골에서 상경해 자취를 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날 집에서 할머니가 쓰러졌다고 전화가 온거야
어렸을적부터 날 돌봐주시곤 하던 할머니이신 만큼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집에 내려가 병원으로 갔어
다행히도 별일 아니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일주일정도 학교도 아르바이트도 쉬기로 했어
내가 쓰던 방은 이미 동생방이 되버려서 그냥 거실에서 뒹글거리다가 심심한 나머지 고향에 남아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어
다들 일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느라 바빠보이긴 했지만, 역시나 그중에도 한가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
현안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친구가 세명(A, B, C)이 있어서 다음날에 만나기로 했어
만난다곤 해도 그 마을, 아니 현자체가 워낙에 시골이라 할거라고는 노래방이나 볼링, 아니면 차로 30분 걸리는 게임센터에 가서
다트나 당구를 치는 정도?
술이나 마시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일주일이나 알바를 못하게 됐으니 다음달 생활비가 부족하기도 해서 내가 거절했어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질리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드링크바에 붙어있는 것뿐이었어
내가 돌아가는 날을 이틀 앞둔 화요일 밤의 일이야
매일같이 어울리던 세 명 중 두 명과 방금 말한 그 패밀리 레스토랑에 있었을 때야
나 「아 진짜 심심하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는..」
A 「그야 도쿄에 비하면 그렇지, 좋겠다 너는」
B 「야, 그럼 거기 갈래?」
B가 말한 '거기'라고 하는 곳은 우리 세대에선 꽤나 유명한 '폐 병원'이야
소문으로는 수술실엔 아직도 기재나 메스등이 그 대로 있다는 둥, 지하에엔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둥
간호사 유령이 나온다는 둥 하는데 뭐 그런 장소에 어울릴만한 뻔한 이야기들이지 뭐..
솔직히 난 별로 땡기진 않았었는데, A와 B가 불이 붙어서 나중엔 그날은 다른 현에 가 있던 C까지 불러냈어
그 폐병원은 꽤 오래전에 망했다고 하는데 논과 밭투성이인 우리 마을보다도 더 시골인 곳에 있었어
시골은 땅값이 싸서 그런지 몰라도, 3층 건물이었는데 오래전 지어진 것치고는 상당히 훌륭한 외관을 하고 있었어
A 「내가 아는 선배 친구가 여기서 담배 꽁초를 버렸다가 갑자기 이상해졌대. 계속 ×××마을로 돌아갈거란 말만 반복하고 있대.
그 사람은 △△에 사는데...」
아오..미치겠네...아니 그런건 좀 오기 전에 말해야지!!! 내가 사실 이런거에 좀 약하거든..
그래도 겁먹은 것처럼 보이긴 또 싫어서 그냥「아 진짜?」하면서 가볍게 흘리는 척 했어
병원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어.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밭이나 띄엄띄엄 있는 전봇대가 다였어.
병원 정면에 있는 유리문에는 쇠사슬과 작은 자물쇠로 단단히 잠기어 있었어
가끔씩 우리처럼 한가한 놈들이 여길 오가는 탓인지 쓰레기나 낙서등으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창문도 거의 다 깨져있었어
나 「어떡할래? C가 올때까지 기다릴까?」
A 「그냥 먼저 들어가자~! 어짜피 주차해놓은 거 보면 알겠지」
B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갈게. 창문으로 들어가면 되겠다」
편의점에서 사온 싸구려 손전등을 각각 한손에 들고, 우리는 병원 안으로 들어갔어.
지금 생각하면 진짜 그때 그만 뒀어야 했는데...
창문을 넘어 안쪽으로 뛰어내리니 깨진 유리를 밟아서 빠지직하는 소리가 났어.
그때 왠지 난 갑자기 추워져서 온몸에 닭살이 돋았어. 진짜로 바로 도망가고 싶었는데 B랑 A가 성큼 성큼 걸어가 버려서...
차 열쇠를 A가 갖고 있으니까 돌아갈 방법도 없고...나는 혼자 남겨지기 않도록 서둘러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
사실 제일 뒤에서 걷는게 진짜 무서운 거잖아.
앞은 잘 보이지도 않고 갑자기 뒷쪽 복도에서 사다코 같은 녀석이 달려오기라도 하진 않을까 진심으로 무서웠어. (아마도 링에서
나온 그 귀신 이름인 듯ㅋ 아시죠? 우물에서 기어나오거나 TV화면 뚫고 나오는 왜 그 앞머리 길게 늘어뜨린 여자귀신)
접수처가 있는 넓은 공간에 나오고.. B가 주위를 손전등으로 비추니 그대로 방치되고 있던 장의자라든지 바닥에 흩어진
서류 따위가 먼지 투성이가 되있었어. 간호사실 안쪽도 선반이 넘어져 있고 창구가 갈라져 있기도 한게 상당히 음침한 분위기였어
A 「우와 죽인다」
왠지 즐거워보이는 목소리로 A가 말하자 뭔가 메아리처럼 안쪽에서 목소리가 울려왔어.
A 「어디 가?」
B 「역시 지하엘 가야지!! 시체 보자구 시체」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 왠지 진심으로 싫었다구. 꺼리직했던 난 A와 B를 설득해서 위로 올라가자고 했어.
솔직히 이제 나가자고 하고 싶었지만...바보같이 보이겠지만 그땐 돌아가겠다고 했다가 겁쟁이 취급당할까봐 그러질 못했어.
우리가 병실이라든지 진찰실 같은델 둘러보면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나는 이상한 것을 보았어
계단을 올라갈때 나는 꽤 겁먹고 있었기 때문에 힐끔힐끔 뒤를 돌아 보고 있었는데
벽이라고 할지..계단 끝쪽이라고 할지? 그 구석탱이에서 다리가 보였어.
그러고 보니 그 벽 너머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어. 아..진짜 완전 너무 무서웠어.
다리가 얼어붙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 앞서가던 B가 「왜 그래?」하고 말을 거는 순간
뭐랄까.. 묶여 있다가 풀려나기라도 한것처럼 갑자기 멀쩡해져서 그저 기분탓이라 생각하고 두사람 뒤를 따랐어
2층이나 3층은 좀 무섭긴 했지만 딱히 별거없이 끝났어.
휴계실이었는지 흡연실이었는지에 남아 있었던 낡아빠진 텔레비전이 깨져 있었는데
그걸 보고 A가 「아~이거 Y선배가 한 짓이야」하면서 웃었던 정도?
그렇게 1층으로 돌아오자 A와 B는 당연하기라도 한 듯이 지하로 내려가려고 하는거야. 이 때는 나도 진심으로 말렸어
나 「아 진짜 저긴 가지 말자! 위험해!」
A 「뭐? 너 겁먹었냐?」
B 「에이~진짜 겁쟁이구나 너? 아이고~무쪄워용?ㅋㅋ」
그렇게 놀림을 당하자 화가 나기도 해서 나도 같이 내려가기로 해 버렸어
지하는 꽤 어두웠던 것 같아. 달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다르구나 하면서 근처를 비춰봤어.
복도에 놓여진 의자나 벽에 걸려 있는 소독약병, 휠체어 같은게 널부러져 있었어
그런데.. 왠지... 윗층에 비해 상당히 잘 정리되있는 것 같달까.. 뭔가 깨끗해 보이는게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졌어.
A는 가까운 방의 문을 열어보고, B는 복도 안쪽으로 손전등을 비춰보고 있을 때였어.
B 「야야, 저게 수술실인가봐?」
손전등의 불빛이 간신히 닿을 정도의 거리에, 드라마 같은데서나 봤던 플레이트가 보였어
[수술중]이라 써있고 그 밑에 빨간 불이 켜지는 그거 말야
손전등으로 비춰봐도 글씨는 전혀 안 보였는데 B는 신나는 듯이 앞쪽으로 걸어 나갔어. 그러자 A도 그걸 따라가고..
나는 이 때부터 속이 메스꺼워졌어. 귓속에 물이 들어갔을때 같은 감각이 쭉 계속되고 꼭 감기에 걸린것 같은 느낌도 나고..
잘 설명은 못하겠는데 암튼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났어. 그래도 혼자 남겨지는건 무서웠으니까...
등 뒷쪽으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채로 둘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A가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어
깜짝 놀래서 앞을 보니 B가 발라당 자빠져서 A가 그걸 보고 웃은 거였어
A 「야 너 뭐하냨ㅋㅋ바보ㅋㅋ꼴 좋닼ㅋㅋㅋ」
뭐라뭐라 하면서 손전등으로 B를 비추고 웃고 있었는데 왠일인지 꽤 시간이 지나도 B가 일어나지 않았어.
어쩐지 걱정이 된 A와 나는, 「왜그래? 괜찮아?」하면서 B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쳐다봤어.
곧 뭔가 잘못됐단걸 알았어. 눈을 꼭 감고 이를 악물은 채로 정강이 근처를 양손으로 감싸고는 낮게 신음하고 있었어.
나 「왜 그래?어디 부딪쳤어?」
초조해져서 물어보지만, 상당히 많이 아픈 건지 B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어
「아 아 아」아니면「으으으」하고 그저 신음소리를 낼 뿐이엇어
A[야 좀 치워보자? 괜찮지? 넌 여기 좀 비춰봐」
내가 손전등을 두 개 다 들고 B의 다리를 비추었어
A가 당황해하면서 B가 다리를 꼭 감싸쥐고 있던 손을 치우더니(B가 아파하며 많이 저항했지만)
A가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어. 나도 「어? 왜? 뭐!!?」하면서 자세히 보니.....
지금 다시 떠올리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토할 것 같은데...진짜 그 때는 어떨떨했었어
아...미안... 좀 신경이 날카로워지네..
B의 정강이쪽이랄까 종아리 앞쪽으로 뼈에서 제일 가깝고 살은 없는 부분 있잖아.
불빛을 비추었을때 희미하게 보였던 하얀 것은 아마 뼈였던 것 같아. 그리고 피가 진짜로 엄청나게 나오고 있었어
A가 놀라서「야!! 뭐야 이거!!?! 왜 이래?? 야! 야!」하고 외쳐 물었어
나도 영문을 몰랐지만 여기가 뭔가 위험하다는 건 벌써 눈치챈 거지!
빨리 나가자고 A에게 말하고, 둘이서 B를 부축하려고 A가 B의 어깨를 걸치고 내가 반대측을 잡으려 할 때였어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그 것'을 보았어... B가 떨어뜨린 손전등이 수술실 문을 비추고 있었어.
어느샌지 그 문이 열려있고 그 안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여기를 보고 있었어.
왜 깜깜할 때 사람 얼굴에다 불빛을 비추면 윤곽이 멍해보이고 눈에 빛이 반사되서 왠지 무서워 보이는거 있잖아?
그걸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어.
몸은 좀 두리뭉실하달까... TV에서 자주 나오는 엄청나게 살이 찐 사람 있잖아..
왜 너무 뚱뚱해서 뱃살이 흘러내릴것 같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 본적 있지?
크기는 보통 인간 정도였는데 옆으로 퍼진게 장난 아니게 넓었어.
'그것'이 몸을 양 옆으로 뒤뚱뒤뚱하면서 여기로 점점 가까워져 오는 거야. 온전히 그걸 볼 수 있던 것은 딱 거기까지...
A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B를 질질 끌다시피해서 도망치려고 했어. 나도 비명을 질렀었을 거야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났는데도 불빛이 없어지는 것만은 무서웠던지 손전등은 양손에 단단히 쥐고
B의 팔을 내 팔로 팔짱을 끼듯이 잡고 A랑 같이 질질 끌었어.
근데 그러니까 불빛이 앞을 향하질 않게 되니 앞이 잘 안 보였어. 그게 또 무서워서 패닉상태가 되버렸어.
그 와중에도 일단 어떻게든 계단 근처까지 B를 질질 끌고오긴 했는데 우리 앞쪽 방향에서..
복도 저 안쪽에서 갑자기 뭔가 차르르르 차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점점 커지길래 뭔가 하고 내가 양손으로 손전등을 비췄더니 아무도 타지 않은 휠체어가 어느새 우리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어. 내가 손을 놓친 탓으로 균형을 잃고 무너져버린 B와 A를 향해 그 휠체어가 달려들었어. 상당한 기세였던것 같아.
B가 바닥에 쓰러지고 A는 정말로 이번이야말로 패닉이 되었었어.
「우 아 아 악!!!!!!!!!!」허고 외치면서 발로 차버리고는 비명을 지르며 반대방향으로 죽어라고 뛰어갔어.
A가 계단까지 지나쳐버리고 달려가길래 내가 A를 외쳐불렀지만 들리지도 않는가봐. 그대로 소리지르면서 뛰어가더라고...
A의 절규가 점점 멀어져 희미해지자 나도 울부짖으면서 B의 팔을 잡아끌다가 손전등을 양쪽 다 떨어뜨리고 말았어.
당황해서 주우려고 얼굴을 밑으로 향했을 때... 하... 난 그 때 이젠 죽었구나..생각했어...
그 얼굴은 분명하게 보였어. 아이의 얼굴이었어...얼굴만 보였어.
만약 몸도 있었던 거라면 내 다리 사이에 끼여서 나를 올려다 본거였겠지...
완전한 무표정은 화가 난것처럼 보이기도 하잖아? 딱 그런 표정이었어
떨어뜨린 손전등이 그 얼굴을... 옆쪽에서 비추고 있는 상태였어. 나는 그대로 도망치고 말았어
정말로 몇번이나 몇번이나 B와 A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아니 그럴 자격도 없지만...
나는 진심으로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어.
A처럼 계단을 지나쳐 버려선 안된다고 그것만큼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벽을 따라 정신없이 달리고
마침내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굴렀는데 그대로 기다시피해서 계단을 올라왔어.
1층으로 돌아오면 어두운 곳에 눈이 익숙해지고 있었던 탓인지 달빛으로 주위가 잘 보였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정면 현관을 향해 달려가 손잡이를 당겼지만 작은 자물쇠와 쇠사슬 때문에 나갈 수 없었어.
다시 되돌아가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고 앞말고 다른곳을 보면 또 아이라든지 뭔가 보일 것 같아서 진심으로 무서웠어.
철컥철컥 마냥 문을 잡고 흔들고만 있는데 부아앙~하고 굉장한 소리가 앞에서부터 들려왔어.